유리나
농정연구센터 선임연구원
기후변화 대응의 핵심, 지속가능한 푸드 시스템의 구축 : EU 그린딜의 ‘농장에서 식탁까지 전략’
2020-05-26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수많은 경제·사회 활동은 중단되었고, 우리들의 라이프스타일도 변화했다. 코로나19는 앞으로 포스트 코로나시대를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과제를 던져주었다. 그리고 더 큰 과제인 기후 변화문제를 불러일으켰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의 발생원인이 기후 변화와 자연 생태계 파괴와 관련있을 것이라고 보기도 한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는 발생 원인에 초점을 맞춰 코로나19와 기후위기 이야기를 하기보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예방하고 극복하는 방안이 기후 위기를 극복하고 대응하는 방안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지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코로나19와 같은 바이러스가 국경을 초월하여 전파되기 때문에 국가 간 연대와 협력을 필요로 하며, 초기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겉잡을 수 없이 상황이 악화된다는 사실을 몸소 경험했다. 일단 한번 발생하면 완전히 종식시키기 쉽지 않기 때문에 치료보다는 예방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기후 위기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국제 사회는 기후 체제로 공동으로 대응해왔지만, 마치 코로나가 우리를 덮치기 전까지는 전혀 몰랐던 것처럼, 기후 변화 역시 안일하게 대응해왔던게 사실이다. 코로나19와 같은 위기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아니 어쩌면 비교할 수 없을만큼 더 큰 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급박한 위기의식을 갖고 기후 위기를 늦추기 위한 국가 간 연대방안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에 선도적으로 유럽연합(EU)은 구체적이며 적극적인 기후변화 대응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201912, 유럽 그린 딜(European Green Deal)이라는 EU 공동 발전전략을 발표한 것이다. 유럽 그린 딜은 2050년까지 탄소 배출과 흡수 활동을 통해 배출 총량을 제로(0)로 만드는 탄소중립대륙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실행계획과 투자계획을 담고 있다. 이후 2020520, 유럽 그린 딜의 농업·먹거리 부문 전략인 농장에서 식탁까지 전략(Farm to Fork Strategy)’도 발표되었다.

 

농장에서 식탁까지 전략은 유럽 그린 딜의 핵심전략이다. 농장에서 식탁까지 전략은 지속가능하며 회복력있는 푸드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목표로 한다. 이 시스템 전환은 농민, 유통업자, 소비자 등 가치 사슬 전반에 속한 이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고 소득을 보장함과 동시에 기후 및 환경 목표를 달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유럽 시민들에게 건강하면서도 합리적인 가격의 먹거리를 제공하며, 기후 변화를 저지하며, 환경을 보호하고 생물다양성을 보전하고, 먹거리 사슬에 속한 이들에게 공정한 경제적 수익을 보장하고, 유기농업을 확대하는 것이 농장에서 식탁까지 전략의 핵심 방향이다.

 

<농장에서 식탁까지 전략> 추진의 기본 방향

 

EU 집행위원회는 농장에서 식탁까지 전략의 농업부문 세부 목표를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농업의 화학 농약·유해 농약 사용을 2030년까지 50% 줄이고, 2030년까지 비료 사용을 최소 20% 줄일 것을 발표했다. 또한 항균제(항생제) 내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30년까지 양식과 축산 부문에 판매되는 항균제(항생제) 양을 50% 줄일 것을 제시했다. 동시에 유기농업을 확산시키기 위해 2030년까지 총 유럽농지의 25%를 유기농업지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으며, EU 유기농업지역 개발을 촉진시킬 계획을 발표했다. 또한 채소 위주 식단 환경 조성으로 식생활 질병의 위험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감소시키고, 소비자들이 건강하면서도 지속가능한 식단을 선택하는데 도움줄 수 있도록 표준 전면 영양 라벨(harmonised front-of-pack nutrition labelling)’ 표시를 의무화할 것을 제안하고, 식품의 영양, 기후, 환경, 사회적 측면을 모두 고려한 지속가능한 식품 라벨 프레임워크를 개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한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EU 차원의 법적 구속력 있는 목표치를 제시하며, 2030년까지 소매 및 소비단계의 1인당 음식물 쓰레기양을 50% 줄일 것을 것을 제시하였다.

 

현재 진행 중에 있는 2020년 이후 EU 공동농업정책 개혁논의에 이 전략의 내용을 어떻게 구체화할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그러나 공동농업정책도 유럽 그린 딜의 지속가능성 전환을 지지하고, 기후변화를 저지하고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유럽 농민들의 노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추진할 것이며, 공동농업정책 예산의 40%는 기후 관련 영역에 쓰일 것이라는 기본 방침은 결정되었다. ‘지속가능성은 공동농업정책의 핵심으로, 기존 EU 소득지원(직불제 등)의 지급 조건을 기후 및 환경 친화적 농업 실천과 연계하고, 기후 및 환경 친화적 농업실천에 대한 새로운 지원정책과 추가 인센티브를 제공할 것이다. 또한 EU 농촌개발자금의 최소 30%는 기후 및 환경 관련 목적에 사용되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동시에 농민들이 이러한 전환에 최신 과학기술과 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경제 및 환경 데이터를 활용한 농가 지도 체계를 구축할 계획을 갖고 있다.

 

우리는 EU의 농장에서 식탁으로 전략이 유럽 그린 딜 내에서 갖는 위상과 중요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유럽 그린 딜의 논의를 보면, 영농방식을 바꾸고 푸드 시스템 전반의 노력을 환경·기후 친화적인 방향으로 전환하는 것은 농업 내부의 개혁과제가 아니라 국가 전체의 기후변화 대응의 핵심 개혁과제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그리고 EU의 파격적인 기후정책 목표는 새로운 기회와 변화 앞에 주저해왔던 우리 사회에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시기임을 말하고 있다.